직원들이 마음대로 쓰는 ‘법카’보다 무서운 것
[회사의 질문]
회사의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이를 만회하려고 신규 판로 개척을 시도하고 있는데 정말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궁여지책으로 회사의 비용을 줄여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잘 줄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비용 절감 비용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고작 1~2% 남짓 절약된 결과만 보고했습니다. 무슨 대책이 없나요?
[노무사의 답변]
대개 회사에서 ‘경비 절감 방안’을 내부에 지시하면 눈에 보이는 ‘복사지 이면지 사용’ ‘1회용 커피 자제’ 같이 자그마한 경비절감 방안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오히려 큰 금액의 예산항목 집행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미 예산계획에 잡혀있는 비용은 당연히 써야 한다”는 생각이 직원들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교세라 그룹에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거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인데 가즈오 회장이 나이 80이 넘어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던 일본항공(JAL)에 단돈 1엔의 연봉을 받고 회장에 취임하여 당시 직원 수가 5만 명이던 일본항공의 직원 수를 3만 명으로까지 줄이는 대대적 개혁의 총대를 멨습니다.
가즈오 회장이 주재하는 임원회의에서 기내음식 담당 본부장이 작년 대비 기내음식 재료비를 10억엔 추가로 증액하겠다고 하자 가즈오 회장은 “왜 증액하는가?”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담당 본부장이 “그거 작년 예산 수립할 때 이미 반영된 금액이라 추가로 드는 돈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자 가즈오 회장이 화를 내며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일본항공이 이렇게 됐다. 예산이라는 것은 지출하기로 확정된 숫자가 아니다. 단지 ‘내년에 얼마나 쓸까’ 예상하여 놓은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 비용을 집행할 때는 정말 필요한 비용항목인지, 고민하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효과를 최대한 거둘 방안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본부장을 나무랐다고 합니다.
위 일본항공 사례뿐만 아니라 회사 조직에서는 ‘예산에 반영되어 있다’는 말 하나로 당연하게 많은 돈이 술술 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Zero Base Budgeting System’ 즉 ‘영기준 예산제도’를 도입해서 예산 수립 시 예산항목과 금액을 ‘제로베이스’, 즉 필요한 항목인지부터 처음부터 따져보고 예산을 수립하는 회사도 있으나 실제 상황을 보면 잘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원칙은 예산수립 원칙일 뿐 실제 돈을 집행하는 단계에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일부 문제 직원이 개인 목적으로 쓴 잘못된 법인카드는 ‘불법성’을 감시하는 회사 감사부서에서 잡아내기라도 하겠지만, 이렇게 ‘합법적’으로 과잉 집행되는 예산은 그 금액이 잘못 사용된 법인카드 금액의 수십 배, 수백 배가 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몇 년 전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서 관행적으로 외부에 보내는 경조 화환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이를 통제한 것은 경조용 꽃값을 아끼려는 의도보다는, 별 생각 없이 회사 비용을 쓰려는 임직원들의 습관을 고치려 했던 시도였는데, 회사라는 법인은 문자 그대로 ‘법에서 인정한 사람’으로서 실제 법인을 움직이는 사람들인 임직원들에 의해 항상 ‘배임’(형법상 배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포함된 광의의 배임 포함)의 문제가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기업 운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런 배임 문제를 먼저 착안한 미국 경영학에서는 70년대에 이미 대리인이론(agent theory)을 만들어 회사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배임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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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www.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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